바다가 기다리는 창가에서 추억의 영상을 돌리다
 ۾ : 김연자      ۼ : 13-07-05 10:4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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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깨를 엮은 지 이십여 년 된 여고동창들! 그녀들은 이제 자유롭고 싶었다.
늘 꿈꿔 오던 바다새가 되고 싶었다. 그래서 우리 여섯 명은 무작정 길을 떠났다
우리들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머드비치호텔 창가에서 하룻밤 노숙을 풀고 살아 온 긴 여정을 톺아보았다.
사람의 길을 얘기했다. 나이를 먹는다는 걸 조금 수다스럽게 토로했다
남아 있는 더 많은 날들을 웃으며 서로의 어깨에 얹어주었다
간간히 바다가 객실 안으로 쏴아~ 밀려들어와 수다에 합세를 했다
산다는 건 그런 건지도 모른다 저 바다처럼 서로의 삶에 끼어들기도 하고 빠져나가기도 하고
그렇지만 우린 순리대로 함께 어우러져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

바다와 호텔은 서로 목을 메지 않으면서도 잘 만나 공생을 하는 듯 하다

호텔에 든 바다를 보며 성산포시인 이생진을 생각햇다
왜 그 막막한 그리움 같은 것들이 내게로 밀려들었을까
바다와 함께 술을 마시던 그 쓸쓸한 시인이 왜 자꾸만 생각키웠을까

바다는 끝없이 그 큰 손으로 호텔의 낯을 씻기고 머리를 빗긴다.
먼 바다를 달려 온 파도로 씻어주고 지중해를 다녀 온 바람으로도 닦아주고
그리고 근사한 서녘노을로
호텔의 반듯한 이마를 붉게 물들인다

그래서 머드비치호텔은 아름답다
그래서 머드비치호텔은 멋스럽다
[이 게시물은 대천넷님에 의해 2016-05-15 18:31:26 여행후기에서 복사 됨]